환우 한분 얘기를 듣다가  무심코 “아들네 집에 가서 일주일 있다가 올란다. 한 달 있다가 온다.” 는
얘기를 하면 주위의 사람들은 ‘이게 뭐 무슨 조선시대 얘기를 하나 싶어’
이상하게 듣기도 하고 때로는  의심하거나 경이로운 눈으로 보기도 한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그게 과장되었거나 허풍이 아니고 사실 그대로인데
그이야기에 놀라거나  뚱단지 같다며 건네는 이야기는 모양을 달리하나 한결 종결 맥락은 같다.
‘자식들에게 얼마나 미움 받으려고 그런 무지막지(?)한 사건을 터트리느냐?’는 것이다.
요즘 뭇사람들의 말인즉 며느리들에게 존경받는 시어른들은 자식들 집에
잠간 들려 가져온 물건 전해주고 바로 나가는 부모님들이라고 한다.
더 존경받는 시어른들은 관리 사무실에 가져온 물건 두고 전화로 물건 찾아가라고
전화해 주는 부모님들이고, 가장 존경받는 부모님은 돈은 통장으로 부쳐주고,
물건은 택배로 부쳐주는 부모님들이라고 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약간의 허구적인 면도 있겠지만 각박해져가는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내용인 것 같아 뒷맛이 몹시도 씁쓰레하다.

세상에서 가장 악처가 누구인가?
요즘은 황금에 눈이 멀어 자기 남편에게 까지 범죄행위를 하는
입에 담기조차 흉측한 악처들도 간혹 있긴 하다.
기록상에 나타난 가장 악처는 소크라테스 부인 크산티페라고 한다.
크산티페는 남편의 언동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막말과 폭언, 그리고 폭행을 마구 사용하였다고 한다.
한번은 크산티페가 자신의 남편 소크라테스에게 마구 악담을 하며 달려들어
얼굴에 물을 확 들어부었다고 한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허 허 천둥 다음에는 반드시 소나기가 온다니깐.” 하며 웃었다는 일화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 4백 년 전 철학자이다.
정설은 아니지만 소크라테스는 타고난 재능도 뛰어났으나,
악처의 돌발행동에 몸서리를 치고 그걸 잊어버리기 위해 철학에 몰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건 소크라테스가 한 말 중에 재미있는 말은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결혼은 해도 후회할 것이고, 하지 않아도 후회 할 것이다.
어차피 후회할 바에는 결혼하고 후회하는 게 좋다.
그 이유는 결혼해서 좋은 아내 만나 행복하게 지내면 좋은 일이고,
비록 악처를 만난다 하더라도 나 같은 철학자는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좋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또 다른 무엇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마음에 든다.

과장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부모를 부모로 생각지 않는 막나가는 세상이라면
‘부모가 아무리 잘해 주어도 자식들에게 환영 받지 못할 것이고, 잘해주지 않아도 욕먹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자식들에게 좋은 소리 들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그 토록 화려하든 은행나무 잎사귀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벌거벗은 나목들만이 죽은 듯이 서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어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물은 나무 줄기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멀지 않아 다시 싹을 틔우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다.
봄철에 돋아나는 연두색 잎은 여름이면 검푸른 잎새를 자랑하다
가을에는 또 현란하도록 아름다운 노랑색으로 물을 들일 것이고,
또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움을 준비하는 겨울이 오고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아무리 핵가족이니 부부중심이니 하지만 살아있는
나무줄기에 물이 흐르듯 부모자식 간에도 피가 흐른다.
인간 사회도 부모자식 간, 또 그 아래 부모자식 간의 관계 또한 자연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몸속에는 물보다 진한 피가 흐르고 있다.
가족들끼리는 자주 부대끼면서 미워하고 좋아하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드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신경 쓰지 말고
필자의 어설픈 소크라테스적 사고로 억지를 쓰며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